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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불안땐 대미투자 없다더니…트럼프 재촉에 환율 반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미투자 특별법 처리 지연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관세율을 높이겠다고 압박하자 하락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이 27일 상승(원화 가치 하락)했다. “외환시장이 흔들리면 대미 투자는 없을 것”이라는 외환당국의 공언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이 반영됐다. 양국이 작년 11월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에도 ‘투자 이행이 원화의 불규칙한 변동 등 시장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경우 조달 금액과 시점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처럼 투자를 재촉하면 우리 정부가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5원60전 오른 1446원20전에 낮 시간대 거래를 마쳤다. 주간 종가가 상승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한두 달 새 환율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히면서 하락세가 시작된 지난 20일 이후 5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9원40전 급등한 1450원으로 출발해 장 초반 1452원30전까지 올랐다가 오후 들어 소폭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미국과 일본의 엔화 공동개입 가능성으로 엔화 강세 흐름이 계속되는 데다 국민연금이 전날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열고 해외 주식의 목표 비중을 낮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밤 트럼프 대통령의 대미투자 압박에 상황은 반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 간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뉴욕 차액거래선물환(NDF) 시장부터 환율이 올랐고, 서울장 개장 후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대미투자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압박이 한 번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외환당국은 “한국의 외환시장에 부담이 되는 경우 투자금액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200억달러가 매년 나가는 것은 아니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처럼 투자를 종용하면 당국이 원칙을 고수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다.


만약 트럼프의 압박으로 실제 연 200억달러가 투자된다면 이는 우리 외환시장에 부담을 주는 규모로 여겨진다. 지난해 10월 29일 관세 협상이 타결된 직후 내린 환율이 2~3일 만에 다시 상승한 것도 200억달러 투자 부담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자체를 흔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 달러 유출 규모가 200억달러 이상으로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투자를 못 하겠다고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한국 외환당국이 ‘대미투자 지연’을 잇따라 언급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했다는 관측도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대미 투자와 관련해 “올해 상반기 중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될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외환시장이 굉장히 어려울 때는 한은이 먼저 나서서 그것(200억달러)을 못 나가게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실제로 높이지 않고 위협하는 정도에 그칠 경우 외환시장도 타코(TACO·트럼프는 언제나 꽁무니를 뺀다) 트레이드에 적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선언했지만 실제로 실행되겠느냐는 평가도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런 식의 상황이 반복되면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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